Page 51 - 에코힐링 14호(2017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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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Sec2.       도시속 오아시스 	                   천리포수목원
               글+사진 편집실
      숲 그리고 삶

봄,                                          찰나의 꽃 목련이 봄을 알리다
600가지
목련이                                         목련만큼 ‘찰나’라는 단어와 어울리는 꽃이 또 있을까? 얼마 전까지 담장
피어나다                                        너머로 수줍게 피어 오르는 꽃봉오리를 본 것 같은데, 어느 순간 시든 꽃
                                            잎이 땅바닥에 나뒹구는 모습을 보면 세월의 무상함과 잔인함이 느껴진
천리포수목원은 봄이 되면                               다. 젊음을 느끼는 순간 젊음이 이미 사라지고 없듯, 피어난 순간부터 지
600가지 목련이 앞다퉈 피어난다.                         기 시작하는 목련은 마치 인생에서 청춘과도 같아 늘 아쉬움이 남는다.
봄철 내내 수많은 사람들이 방문해                          목련은 눈이 오는데도 봄을 부른다는 의미로 ‘근설영춘(近雪迎春)’이라 불
목련 축제를 즐기며                                  리는데, 보통 식물이 생존을 위해 태양을 향하지만 목련의 꽃봉오리는 약
행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속이나 한 듯 모두 북쪽을 바라보며 핀다. 옛 선비들은 북쪽을 임금에 대
봄이 되면 수줍게 피어나는                              한 충절로 여겨 ‘북향화’라는 애칭을 지어 주기도 했다. 다양한 사연이 담
목련향에 마음껏 취해보자.                              긴 목련을 떠올리면 대부분 하얀 목련 아니면 자줏빛 목련만 생각하기 쉽
이곳에 오면 누구나                                  다. 하지만 천리포수목원에 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연지색이나 노란색
행복한 상춘객이 된다.                                목련, 겹꽃이 핀 목련, 버드나무처럼 가지가 늘어진 목련 그리고 만개해도
                                            오므린 모양을 간직한 목련 등 처음보는 목련 꽃들의 향연에 대부분 감탄
                              목련을 감상하는 방문객  을 금치 못한다. 약 600가지 품종의 목련이 봄이 되면 앞다투어 피어나기
                                            시작한다. 화려하면서도 우아한 목련 축제가 봄철 내내 열린다.

                                            한 송이 목련으로 시작한 천리포수목원

                                            천리포수목원이 목련을 상징하는 이유는 설립자와 관계가 깊다. 1945년
                                            미국 해군 장교로 한국에 온 24세 칼 페리스 밀러는 한국 특유의 정과 풍
                                            경에 이끌려 정착하게 된다. 한국은행에서 근무하던 1962년, 가난한 농민
                                            의 땅 2천 평을 사달라는 부탁을 외면하지 못하고, 수목원 터를 구입했는
                                            데, 너도나도 소문을 듣고 땅을 팔려고 했다. 1970년부터 본격적으로 수
                                            목원 조성에 나선 그는 ‘민병갈’이라는 이름의 한국 귀화 1호 미국인이 됐
                                            으며, 이후 결혼도 하지 않고 모든 재산을 수목원 조성에 투자했다. 1973
                                            년 황폐한 모래 언덕이었던 수목원 자리에 처음 심었던 나무가 바로 목련
                                            이었다. 목련에 반한 그는 이후 사재를 털어가며 외국의 식물원과 양묘장,
                                            목련 애호가로부터 목련 품종을 수집했고, 1997년 국제목련학회 총회를
                                            유치함으로써 그 진가를 인정받았다.

                                            바다와 목련의 아름다운 어울림

                                            천리포수목원은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아 ‘신의 비밀정원’으로 불렸다. 허
                                            락을 받은 식물학자나 후원회원만이 출입할 수 있었는데, 이는 ‘수목원의 주
                                            인은 사람이 아닌 나무다’라는 설립자의 의지가 반영됐던 것이다. 하지만 보
                                            다 근본적인 발전을 위해 2009년부터는 ‘꽃 한송이가 밟히면 열 송이를 심겠
                                            다’는 비전으로 일반인에게 공개됐다. 총 18만평 부지에 본원에 해당하는 밀
                                            러가든과 생태교육관, 목련원, 낭새섬, 침엽수원, 종합원, 큰골 등 7개 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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