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9 - 에코힐링 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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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 interview
정태곤 안양 시각장애인연합회장
하모니카 연주 감상 “시각장애인연합회는 시각장애인이 재활교육을
통해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설립
됐습니다. 이번 캠프는 이곳에 다녀간 분에게 추
천을 받아 신청하게 됐습니다. 주로 실내에만 머
며 숲의 싱그러움을 느끼는 시간을 선사하고자 노력했
물러있는 시각장애인에게는 이런 기회가 무척 소
는데, 다들 행복하셨나요? 아쉬운 마음을 담아 하모니카 중합니다. 풀만 만져봐도, 꽃향기만 맡아도 새로
운 세상,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거든요. 앞으로
연주로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아는 노래가 나오면 따라 시각장애인들이 숲에서 힐링하는 기회가 많아졌
불러 보세요.” 으면 합니다.”
산림치유지도사의 아름다운 하모니카 연주 소리가 바람
을 타고 숲 곳곳을 떠다닌다. ‘아리랑’, ‘섬집 아기’, ‘도라 나석훈 산림치유지도사
지’ 노래가 나오자 다들 나지막한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 “비가 와서 숲에 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됐는데 참가
자분들이 의욕이 넘치셔서 저도 신나게 프로그램
숲길 산책 다. 마지막은 ‘석별의 정’이었다. 참가자 중 몇 명은 노래 을 진행했습니다. 무리하게 정상에 오르기 보다
를 부르다 울컥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만큼 한 시 는 천천히 산책하며 숲을 온몸으로 느끼는데 중점
을 두었습니다. 어르신분들이 많아 나무나 꽃, 열
숲에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 간 남짓 숲에서의 시간이 소중했던 셈이다. 아름다운 음 매에 대해 아시는 것도 많고 관심도 크시더라고
“자, 이번엔 나뭇잎을 하나씩 따서 앞니로 살짝 씹어보 악과 함께 소중한 추억을 가슴에 남긴 채 1박 2일의 나눔 요. 다들 숲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하셔서 저
에게도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나뭇잎 향기 맡기
세요. 아주 쓴 맛이 난답니다. 소태나무인데요. 쓴맛 때 의 숲 캠프가 마무리됐다.
문에 옛날 아기들이 엄마 젖을 뗄 때 사용했습니다. 맛은
“알차게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보다는, 쓰지만, 위장에는 좋으니 먹어도 큰 지장은 없습니다. 아
오감으로 숲을 받아들이고, 숲에 담긴 마 한동안 입맛에 쓴맛이 남아있을 겁니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으며 참가자들은 산림치유지도사의 설명을 듣고, 줄기에 나란 INFO
편안한 시간을 만들고자 합니다.”
히 달린 초록색 소태나무의 잎을 하나하나 조심스레 만
충남장애인부모회 천안지회 나눔의 숲 캠프
져보고 냄새를 맡은 후, 살짝 씹어본다. 다들 금방 얼굴
국립칠곡숲체원에서는 시각장애인 뿐만 아니라, 발달장애아이들을 대상으로 1박 2일 나눔의 숲 캠프가 진행됐다. 9월 3일부터 4일까지
을 찡그린다. 산림치유지도사는 이렇게 쓴 맛을 경험해 1박 2일 동안 충남장애인부모회 천안지회에서도 30명의 발달장애 아동과 활동보조사가 1:1로 짝을 이뤄 다양한 숲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시각 장애인 대상 산림치유 프로그램과 달리, 아이들은 국립칠곡숲체원에 마련된 다양한
“생강나무는 이른 봄 노란 꽃을 피우는 봄의 전령사입니 야 절대로 소태나무를 잊지 않는다며 웃는다. 이어 계
놀이시설과 교육시설을 적극 활용하여 신나고 활동적인 시간을 보냈다.
다. 노란 꽃이 가지에 바로 붙어 있는데요. 꽃을 따다 말 속 숲길 산책이 이어진다. 걷는 도중에도 활동보조사들
려 꽃차로도 많이 마십니다. 향이 참 좋거든요. 가을에는 은 끊임없이 주변 상황을 말로 설명한다. 시각 장애인들
열매가 달리는데, 산새들에게는 인기 만점 먹이죠. 나무 은 활동보조사의 손을 잡고 걸으며, 눈이 아닌 마음으로
껍질과 나뭇잎을 손으로도 만져 보세요.” 숲의 싱그러움을 고스란히 느낀다. 오동나무, 가죽나무,
산림치유지도사 말에 다들 손으로 나무를 쓰다듬고, 나 상수리나무, 고염나무 등 다누리길을 따라 만나는 나무
뭇잎 향을 맡거나 살짝 이빨로 씹어 맛을 보기도 한다. 들을 만지고, 냄새 맡고, 나무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나름 자신만의 감각으로 생강나무를 익히고 느끼고 있는 듣다 보니 어느새 한 시간이 훌쩍 지났다.
셈이다. “무리해서 다누리길 정상까지 오르지 않고, 천천히 걸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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