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 - 에코힐링 2021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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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향기 가득한 바람 따라 걷다                                                                                                                        강인하고 건강한 생명력을 느끼다

           이번 ‘바람 따라 강릉 여행’의 시작은 국립대관령                                                                                                              데크로드를 천천히 걸으며 이동하자 소나무 숲이
           치유의숲이다. 이른 아침 서둘러 아무도 없는 숲에                                                                                                              점차 속살을 드러낸다. 초록빛 담쟁이 넝쿨이 너나

           들어섰다. 여러 숲길 중 솔향기치유숲길을 걷기로                                                                                                               할 것 없이 소나무를 타고 오르며 공존이라는 걸
           했다. 1.1km로 길이에 약 45분 정도 소요되는 가                                                                                                           몸소 보여 주고 있다. 데크로드 중간쯤 멈춰서 눈
           벼운 산책 코스라고 한다. 치유센터 왼편에 가파른                                                                                                              을 감고 솔바람을 느껴본다. 형태는 없지만 숲 사이
           언덕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초입부터 살짝 땀이 날                                                                                                              를 통과하며 들리는 바람 소리에 귀 기울이고, 향
           정도로 힘이 들었지만, 길가에 나란히 핀 하얀 샤                                                                                                              긋한 소나무 향을 깊게 들이마신다. 말 그대로 솔
           스타 데이지가 바람에 흔들리며 마치 잘 다녀오라                                                                                                               바람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순간이다. 오래오래
           는 듯 인사를 건넨다. 어느덧 시냇물이 나오고 하                                                                                                              머물고 싶은 마음을 겨우 접고 계속 바람처럼 숲길

           나, 둘, 돌 다리를 건너니 평탄한 흙길이 나온다. 양                                                                                                           을 걷는다. 저 아래 솔향기터가 보인다. 한걸음에
           옆에는 생강나무가 싱싱한 초록잎을 뽐내며 서 있                                                                                                               내려가 솔향기터에 눕는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다. 그때 갑자기 바람이 불어 싱그러운 숲 향기가                                                                                                              빼곡한 솔잎과 잔가지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사이
           훅하고 느껴진다. 나도 모르게 깊게 숨을 들이마신                                                                                                              사이로 아침 햇살이 내리쬔다. 절로 미소가 나온다.
           다. 가슴 한가득 건강한 숲 기운이 차오른다.
                                                  소나무에게 배우는 배려와 절제의 미                                                                                                                       강원도에서만 맛보는 솔찬 도시락
           흙길을 따라 걸으니 지그재그 모양의 숲길이 나온
           다. 가파른 언덕길을 쉽게 오를 수 있도록 지그재그           어느 정도 오르자 쉬고 싶은 마음을 알아차린 듯              잔가지를 희생시켜 주변 나                                                                                    어느덧 중간 지점이다. 작은 나무 다리를 건너 길을
                                                                                          무들과 골고루 햇빛을 나누
           로 만들었는데, 한 층 한 층 오를 때마다 숲 풍경이          쉼터가 나온다. 편히 앉아 아침 숲 경관을 감상하                                                                                                               걷다 보니 저 멀리 치유 움막이 보인다. 그 안으로
                                                                                          는 소나무의 따뜻한 배려심
           신기하게 제각각 변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햇빛            기에 제격이다. 초록빛 숲을 바라보니 눈의 피로              은 우리가 숲에게 배워 할                                                                                    들어가 앉으니 마치 이 세상에 나 혼자가 된 기분
                                                                                                                                 바람 따라 강릉 여행
           에 반사되어 새로운 아름다움을 계속 선보이고 있             가 금방 가신다. 천천히 한숨 돌리고 다시 흙길을             덕목이다                                   동영상 보기                                                     이다. 나무 틈 사이로 선선한 바람이 쉴새 없이 불
           는 것이다.                                 걷는데, 세찬 바람이 다시 불기 시작한다. 숲 전체                                                                                                              고 멀리 물소리와 새소리가 기분 좋게 들린다. 조용
                                                  모든 나무들을 세게 흔드는 듯 거센 바람 소리에                                                                                                                히 명상하기 안성맞춤인 곳이다. 눈을 감고 조용히
                                                  살짝 두려움이 느껴진다. 그때 갑자기 눈 앞에 데                                                                                                               숲을 느낀다. 짧은 명상을 끝내고 치유 움막을 벗

                                                  크로드를 따라 쭉쭉 뻗은 소나무 숲의 장관이 펼                                                                                                                어나 계곡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시원한 물소리가
                                                  쳐진다. 아침 햇살을 받아 초록 잎이 반짝반짝 빛                                                                       얼마나 쉬었을까? 다시 걸을 채비를 하고 길을 나             듣기 참 좋다. 이제부터는 편한 내리막길만 남았다.
                                                  나는 모습이 마친 한 폭의 그림 같다. 휘어지지 않                                                                      섰다. 피톤치드 가득한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걷고             그래서일까? 발걸음이 절로 빨라진다. 치유센터 옆
                                                  고 곧게 쭉쭉 뻗은, 붉은 빛이 감도는 금강송들                                                                        또 걷는다. 사실 이곳은 자연 그대로 만들어진 천             데크로드까지 한걸음에 내려왔다. 미리 예약해 둔
                                                  은 바라만 봐도 시원시원하다. 워낙 단단해서 옛                                                                        연 숲은 아니다. 일제 시대 소나무를 약탈당한 후,            솔찬 도시락이 데크로드 쉼터에 준비돼 있었다. 인
                                                                                                                                 국립대관령치유의숲
                                                  날 궁궐 대들보로 쓰였을 뿐만 아니라 송진 덕분                                                                        소나무 씨앗부터 심어 키운 인공 숲이다. 작은 씨             근 마을 주민이 직접 만든 도시락인데, 뚜껑을 열
                                                  에 썩지 않아 배를 만들 때도 중요한 재료였다고                                                     ●   위치 :           앗에서 100년 후 이렇게 울창한 숲으로 성장한 모            어 보니 솔방울 장식과 주먹밥, 각종 싱싱한 산나
                                                                                                                                  강원도 강릉시 성산면
                                                  한다. 잔가지 없이 높이 자란 소나무에게 새삼 절                                                                       습이 그저 대견할 뿐이다. 100년 넘은 소나무를 자           물과 감자 옹심이, 옥수수 등 푸짐하다. 주민들의
                                                                                                                                  대관령옛길 127-42
                                                  제의 미를 배운다. 햇빛을 받기 위해 생존에 꼭 필                                                                      세히 들여다 보니 수피 모양이 마치 예술 작품처럼             정성과 솜씨에 감탄하며 금방 싹싹 비웠다. 출출했
                                                                                                                                 ●   문의 :
                                                  요한 곳에만 영양소를 공급하고 나머지 잔가지들                                                                         신비롭고 아름답다. 손바닥으로 천천히 어루만졌               던 배도 부르고, 건강한 숲 기운을 온몸에 담은 채
                                                                                                                                  033-642-8655
                                                  을 희생시켜 주변 나무들과 골고루 햇빛을 나누                                                                         다. 생각보다 부드럽고 따뜻하다. 내친김에 양팔을             숲을 나선다. 치유센터 길가에 눈부시게 핀 노란
                                                                                                                                 ●   누리집 :
                                                  는 소나무의 따뜻한 배려심은 우리가 숲에게 배                                                                         벌려 안아보았다. 100년간 꿋꿋하게 살아온 소나             금계국들이 마지막 작별 인사를 건네려는 듯 살랑
                                                                                                                                  www.fowi.or.kr
                                                  워 할 덕목이다.                                                                                         무의 건강한 생명력이 고스란히 온몸으로 전해졌다.             살랑 온몸을 흔든다.


                                                                                                                                                                                                               ECO HEALING    1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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