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3 - 에코힐링 2021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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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에서는 콤바인이라는 기계차가 벼를 베고 있었                 빨간 잠자리들은 하늘을 쌩쌩 날아다녔어요.
                  어요. 콤바인은 썩썩 벼를 베며 지나갔어요.                  숲속으로 들어갔어요. 나무들이 빨강 노랑 옷으
                  숲이 가까운 곳에는 사과나무, 배나무, 감나무                 로 갈아입었어요. 단풍나무는 빨강 옷을, 은행나
                  과수원이 있었어요. 나무 가지에는 하얀 종이에                 무는 노란 옷을 입었어요. 어떤 나무는 갈색 잎
                  싸인 과일들이 달려 있었어요. 감나무에는 노랗                 을 달고 서 있었고요. 잎이 모두 떨어져 가지만
                  게 익은 감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고요.                     보이는 나무도 있었어요.
                  “다 왔다. 어서 내리자.”                           “아빠, 누가 나뭇잎에 노랑 빨강 색칠을 했어요?”
                  아빠가 주차장에 차를 대자 남우는 얼른 내렸어                 다현이가 큰 소리로 물었어요.
                  요. 뒤따라 다현이랑 엄마도 내리고요. 남우네가                “누굴까? 해님이야. 해가 뜨는 시간은 늦어지고,
                  걸어가는 길에는 큰 연못이 있어요. 연못에는 연                해가 지는 시간은 빨라지고. 그래서 날씨는 쌀쌀
                                                                                                                                       “가시에 찔리면 아파. 조심해.”
                  꽃이 자라고 있었지요. 그런데 연꽃은 보이지 않                해지고. 그럼 나뭇잎들이 색깔이 변해서 떨어지
                                                                                                                                       아빠가 구둣발로 밤송이를 누르자 밤이 빠져 나
                  고 연밥이 익어가고 있었어요. 잎은 누렇게 시들                지.”
                                                                                                                                       왔어요. 밤송이가 여기저기 많았어요.
                  고요. 그런데 연못 위에 잠자리가 날아다니고 있                아빠가 웃으며 말해줬어요.
                                                                                                                                       엄마랑 남우랑 다현이는 줍기 시작했어요. 금세
                  었어요. 빨간 고추잠자리가요.                          “나무가 추운 겨울을 무사히 넘기려고 나뭇잎을
                                                                                                                                       두 손이 가득 찼지요.
                  “아빠, 나 잠자리 잡아줘요.                          떨어뜨리는 거지.”
                                                                                                                                       “엄마, 이 밤에는 구멍이 났어요.”
                  다현이가 날아다니는 고추잠자리를 보며 말했어요.                다현이는 엄마가 하는 말이 어려워 고개를 갸우
                                                                                                                                       “벌레가 들어갔나 보다. 밤벌레가 있거든.”                  붉은 치마 갈아입고서/ 남쪽 나라 찾아가는 제비
                  “안 돼. 고추잠자리를 잡으면 죽잖아.”                    뚱했어요.
                                                                                                                                       엄마가 밤 껍질을 까서 보니 작은 벌레가 들어있                불러 모아/ 봄이 오면 다시 오라 부탁하노라’
                  남우가 큰 소리로 말했어요.                           아빠가 바구니를 흔들며 말했어요.
                                                                                                                                       었어요.                                      모두들 하얀 종이에 나뭇잎으로 동물 만들기 놀
                  “맞아, 오빠 말이. 잠자리도 자유롭게 날아다녀                “우리 밤 따러 갈까? 아빠가 밤나무가 있는 숲을
                                                                                                                                       그런데 갑자기 밤나무 위에서 소리가 났어요. 나                이를 했어요. 남우는 나뭇잎을 둥글게 늘어놓아
                  야지.”                                      알고 있거든.”
                                                                                                                                       무 위를 쳐다보니 다람쥐가 가지에서 이리저리                  공작새를 만들었어요. 다현이는 은행잎으로 나비
                  아빠가 다현이 손을 잡고 빨리 빨리 걸어갔어요.                “좋아요. 우리 밤 따러 가요.”
                                                                                                                                       돌아다니며 눈치를 보고 있었어요.                        를 만들었고요. 엄마는 예쁜 고슴도치를 만들었
                                                            남우가 신나서 말했어요.
                                                                                                                                       “다람쥐다. 아빠, 잡아줘요.”                         어요. 아빠는 무서운 사자를 만들고요.
                                                            “난 밤을 열 개나 먹을 거야.”
                                                                                                                                       남우가 소리쳤지요.                                “예쁜 동물들이 우리 집에 놀러왔네.”
                                                            다현이는 삶은 밤을 아주 좋아해요.
                                                                                                                                       “쉿! 다람쥐가 밤을 주우러 왔구나. 다람쥐는 겨               다현이가 나비를 들고 소리쳤어요.
                                                            남우네는 빨리 빨리 걸어 밤나무 밑으로 걸어갔
                                                                                                                                       울잠을 자기 전에 밤이랑 도토리를 먹는단다.”                 “내 공작새가 제일 예쁘지?”
                                                            어요.
                                                                                                                                       “우리가 밤을 다 주워가 버리면 다람쥐가 슬퍼할                남우가 높이 들고 말했어요.
                                                            “밤이다, 밤!”
                                                                                                                                       까요?”                                      “조심해라. 내 사자가 모두 잡아먹을 걸. 어흥!”
                                                            엄마가 소리쳤어요. 삐죽삐죽 가시 옷을 입은 밤
                                                                                                                                       “그럴 것 같은데.”                               아빠는 사자 그림을 들고 소리쳤어요.
                                                            송이가 풀밭에 떨어져 있었거든요.
                                                                                                                                       아빠는 손에 들고 있던 밤을 내려놓았어요.                   “엄마 살려주세요.”
                                                            남우가 얼른 밤송이를 주우려고 풀밭으로 들어
                                                                                                                                       남우도 슬그머니 밤을 내려놓았지요. 엄마도, 다                다현이가 엄마에게 뛰어갔어요. 남우도 엄마 품
                                                            가자 엄마가 소리쳤어요.
                                                                                                                                       현이도.                                      으로 뛰어들었어요.
                                                                                                                                       “예쁜 나뭇잎을 주워가서 동물 만들기 놀이나 하                “모두 내게 와라. 내가 지켜줄게.”
                                                                                                                                       자.”                                       엄마는 남우랑 다현이를 꼭 껴안았어요.
                                                                                                                                       엄마의 말에 모두들 예쁜 단풍잎을 주웠어요. 노                “가을은 참 좋다. 과일도 익고, 우리 아들딸도 더
                                                                                                                                       란 은행잎, 빨간 단풍잎, 갈색의 떡갈나무 잎이랑               예뻐지고.”
                                                                                                                                       주황색 감나무 잎을 바구니에 가득 담았어요.                  아빠도 좋은지 활짝 웃으며 말했어요.
                                                                                                                                       남우네는 아빠차를 타고 집으로 왔어요. 기러기                 “나무들도 예쁜 옷으로 갈아입고.”
                                                                                                                                       떼가 날아가는 걸 보며 엄마가 노래를 불렀어요.                남우도 좋아서 소리를 질렀지요. 참 즐거운 하루
                                                                                                                                       ‘가을이라 가을바람 솔솔 불어오니/ 푸른 잎은                 였어요.



                                                                                                                                                                                                               ECO HEALING    32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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