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0 - 에코힐링 2021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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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어디서나 숲 숲이 들려주는 이야기
누가 나뭇잎에
빨강 노랑 색칠을 했을까요
글. 박재형(동화작가, <하늘나라 꽃밭지기>, <다랑쉬오름의 슬픈 노래> 저자)
일러스트. 이상현
남우는 오줌이 마려워 잠이 깼어요. 화장실에 가 었어요. 꽃밭에는 코스모스도 피었고요.
서 오줌을 누고 돌아와 누웠는데, 시끄러운 소리 “엄마, 지금은 가을이에요. 그래서 귀뚜라미가 울
가 계속해서 들렸어요. 고, 국화꽃이 피는 거지요?”
‘매미가 울고 있을까?’ “가을? 그렇지, 지금은 가을이지. 우리 남우 똑똑
남우는 여름 내내 울던 매미가 떠올랐어요. 한데.”
“매미 때문에 못살겠네.” 엄마는 남우를 보며 크게 웃었어요.
할머니가 귀를 막으며 말했었지요. 그런데 매미 남우는 엄마가 웃자 심통이 났어요. 놀리는 것
는 캄캄한 밤에는 울지 않아요. 같았거든요.
‘그럼 누가 울지?’ “엄마, 싫어.”
남우는 궁금해서 아빠나 엄마에게 묻고 싶었지 남우는 입술을 뾰족 내밀고 방으로 들어와 문을
만 곤히 잠을 자는 아빠 엄마를 깨울 수는 없었 “탕!” 소리가 나게 닫았어요.
어요. 남우는 계속해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으며 한참 후, 엄마가 문을 열며 말했어요.
눈을 감았어요. 그러다가 꿈나라로 갔지요. “남우야, 우리 빨리 밥 먹고 아빠랑 다현이랑 놀
“아빠, 어제 밤에 누가 울었어요? 매미가 울었을 러가자.”
까요?” 엄마가 안아주며 이야기하자 남우는 기분이 좋
“매미? 매미는 여름에 울지. 추석도 지나고 지금 아졌어요.
은 가을이잖아. 옳지, 귀뚜라미가 우는 소리를 들 “어디 갈 거예요?”
었구나. 가을밤에는 수컷 귀뚜라미가 암컷 귀뚜 “여름에 갔던 숲에 가자. 밤이랑 도토리가 익었을
라미를 부르며 운단다.” 걸.”
“아 그렇구나. 귀뚜라미.” “좋아요.”
남우는 책에서 보았던 귀뚜라미를 떠올렸어요. 남우는 신이 나서 밥을 맛있게 먹었지요. 엄마가
귀뚜라미는 날개를 비벼서 소리를 낸다는 글을 잘 익은 호박으로 갈치국을 끓였어요.
읽었거든요. 밥을 다 먹고 남우네는 차를 타고 갔어요. 여름
남우는 베란다에 놓인 화분을 보았어요. 엄마가 에는 초록물감으로 칠한 것 같던 밭들이 노랗게
화원에서 사온 화분에는 노란 국화꽃이 피어 있 변했어요. 조, 수수, 콩, 팥 같은 곡식이 익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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