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3 - 에코힐링 35호(2022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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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 동화
“엄마가 큰 병이 아니래. 엄마가 어려서부터 어지럼증이 있었대. 스트레스가 심하거나 몸이 피
로할 때 생기는 거래.”
수민이도 마음이 놓이면서 환하게 웃어주었다. 작가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녹음한 새소리를 듣
고 그대로 흉내 내보라고 하였다. 마치 4박자 노래처럼 아이들은 “어버버버!” “으부부부!” “어더
더더!”하고 소리쳤다. 그러자 선생님이 이렇게 말했다.
“내 귀에는 이렇게 들리는데....아빠바보! 아빠바보! 아빠바보!”
아이들이 깔깔깔 웃으면서 진짜 그렇게 들린다고 하였다. 몇몇은 아빠바보라고 크게 소리쳤다.
그때 키가 큰 여자아이가 소리쳤다.
“오빠바보! 오빠바보! 오빠바보! 저는 이렇게 들려요.”
순간 아이들이 아까보다 더 크게 웃으면서 합창하듯이 오빠바보를 외쳤다.
“이 새는 검은등뻐꾸기인데, 듣는 사람에 따라서 소리가 다 다릅니다. 계절에 따라서도 다르고,
장소에 따라서, 날씨에 따라서, 낮이냐 밤이냐에 따라서도 다릅니다. 새들도 감정이 있잖아요?
이렇게 숲에 올 때마다 새소리를 녹음해서 들어보면, 새들이 하는 말을 자세히 알 수는 없어도,
엄마의 특별한 생일, 원추리꽃밥 그 감정을 조금은 알 수 있어요.”
글 : 이상권 / 그림 : 이재호
수민이는 아파트 현관에서 현수가 나오자 “현수야!”하고 크게 불렀다.
오늘따라 현수는 기운이 없었다.
“엄마가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어. 어제 회사에서 갑자기 쓰러져서...”
예상하지 못했던 말을 듣자, 수민이는 아무런 말도 못했다. 다행히 운전석에 있던 엄마가 현수
를 위로하면서, 이따가 숲놀이 끝나고 같이 병원에 가자고 했다.
엄마가 운전하는 차가 30분쯤 달리자 산속 마을이 나왔고, 구불구불 길을 따라 골짜기로 올라
가자 작은 학교가 나왔다. 운동장에 십여 명의 아이들이 모여있었다. 오늘 숲놀이를 이끌어갈
작가 선생님이 손을 흔들었다.
“여러분 만나서 반가워요. 오늘은 숲에 가서 재밌게 놀다가 올 겁니다. 그러니 편안하게 따라오
세요.”
숲으로 들어가자 날씨가 시원해졌고, “어버버버!”하는 새소리가 들렸다.
“자, 오늘 내가 모두 휴대폰을 가지고 오라고 했지요? 지금부터는 새소리가 들리면 모두 녹음하
세요. 그런 다음 자기 귀에다 대고 더 자세히 들어보세요.”
현수는 계속 자기 아빠하고 문자를 주고 받고 있었다. 전혀 숲놀이에 집중하지 못했다. 현수가
수민이하고 눈이 마주치고 나서야 살짝 웃었다.
ECO HEALING 2022 SUMMER VOL_35 32ㅣ 3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