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 - 에코힐링 2021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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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복지시설의 한국정원 경관기법 적용

                                                                                                                                                    우리의 전통조경의 가장 큰 특징은 자연의 순리를 거역하지 않고 조화되도록 하는 데 있다. 인공구조물인
                                                                                                                                                    루, 정, 대는 자연 속에 들어가 있으며 자연경관의 일부가 되기도 하였는데 이는 건축물이 한국인의 자연관
                                                                                                                                                    에 일치되도록 노력한 정원의 결과이다. 자연 안에 정자를 배치하여, 그 공간을 바라보는 외부 관찰자의 관
                                                                                                                                                    경과 정자 안에서 보여 지는 경관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 건축물이 자연 속에 있다 보니 자연스레 주변의
                                                                                                                                                    경치를 빌려오는 차경기법이 발달하게 되었다. 차경은 경관을 단순히 빌려오는 개념이라기보다는 원림 안팎의
            창덕궁 관람정
                                                                                                                                                    경관을 활용하는 개념이다. 루가 비어 있으면 만 가지 경관을 끌어들일 수 있는 것이요, 마음이 비어 있으면
                                                                                                                                                    능히 선한 것을 담을 수 있다는 말은 루가 차경기법과 수양의 공간임을 설명한다. 차경의 대상은 시각적인
                                                                                                                                                    것뿐만 아니라 사시사철의 변화와 같은 시간적 요소나 소리경관 같은 비시각적인 것 까지도 포괄한다.2)
                                                                                                                                                    경관의 깊이와 폭을 크게 함으로써 공간감을 확대하고 느낌을 풍부하게 하는 차경기법은 최근 늘어나는 산
                                                                                                                                                    림복지시설의 계획과 경관관리에 매우 적합한 전통건축양식 중 하나이다. 산림복지, 산림치유에 대한 국제

                                                                                                                                                    적 관심이 높아지는 때에 우리의 전통기법을 활용한 산림복지시설의 공간계획은 한국형 산림치유를 대표
                                                                                                                                                    하는 사례가 될 것이다.




                                                                                                                                                    풍류를 담은 산림치유 프로그램
                                                                                                                                                    식물요소를 내포한 세시풍속을 통해 알 수 있었던 우리 선조들의 전통 수목관과 의식주와 관련한 수목분석
                                                                                                                                                    을 정리하면 현대사회에서 요구하는 친자연적 삶의 추구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산림복지시설의
            경주 월지
                                                                                                                                                    다양한 프로그램들은 교육과 맞물려 체험위주의 프로그램이 주를 이룬다. 산림치유 프로그램에서 시행하
                                                                                                                                                    는 명상요법이나 향기요법, 운동요법 등도 외국의 사례를 발전시킨 경우가 많다. 식물과 연관된 세시풍속을
           삶 속의 풍류 시사와 세시풍속
                                                                                                                                                    발굴하여 숲 속 활동 프로그램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시사(詩社)풍습은 시를 짓고 즐기기 위한 선비들의 모임이다. 고려시대의 기로회, 죽림고회 등이 이러한 성                                                                               산림복지시설의 프로그램이 새벽에 피는 연꽃잎 소리까지 귀 기울이는 깊은 통찰의 풍류적 자연관찰법을
           격의 모임이었고, 조선시대 정약용, 이치훈 등의 죽란시사, 연산군 때 낙향한 조춘풍 등의 모임인 학시사가                                                                               알려주고 자연명상을 한다면 어떠할까? 자연의 시간과 식물의 속성에 맞춘 세시풍속을 담아 체험프로그램
           대표적이다. 우리 선조들은 꽃이 피는 때에 만남을 약속하고, 새벽에 연꽃잎이 벌어지는 소리에 귀 기울이                                                                                을 진행한다면 어떠할까? 자연에 대한 감동과 성찰이 배가 될 것이다. 산림복지시설들이 시대를 치유하는
           며 자연을 즐겼다. 자연을 소재로 시를 지으며 그 안에서 삶을 노래했다. 산과 강을 노닐며(유오산수 遊娛山                                                                              정원으로 거듭나기 위해 우리의 전통정원과 풍류사상에 더 많은 연구와 고민이 필요한 때이다.
           水), 모든 생명이 만나 관계를 맺으며 변화하는(접화군생 接化群生) 속에서, 아득하고 묘한 진리(현묘지도

           玄妙之道)의 경지에 오르는 삶의 태도를 가졌다. 「동국세시기」, 「세시풍요」, 「농가월령가」 등의 고문헌을 통
           해 우리 민족의 세시풍속을 분석하여 풀과 나무·숲과 관련된 것을 분석하여 식물요소가 포함된 세시풍속
           을 파악하였다(이선경1)). 그 결과, 계절별로는 봄〉여름〉가을〉겨울 순으로, 세시기별로는 대보름〉단오〉삼짇
           날 순으로 많이 나타났다. 수종별로는 소나무가 가장 자주 등장하였고, 과별로는 장미과의 빈도가 높게 나
           타났다. 과일나무시집보내기, 노간주나무태우기, 대나무더위팔기, 솔방울던지기, 진달래꽃수염세기, 창포
           잠꽂기, 꽈리불기 등의 식물요소를 내포한 다양한 세시풍속이 조사되었다. 맑은 바람과 밝은 달 속에서 시
           를 지으며 즐기는 음풍농월 등의 세시풍속은 자연의 이치를 깨달음으로 삶의 방식에 같은 물음을 던지는

           풍류적 관점이 나타났다. 세시풍속은 민족의 오랜 역사성을 지닌 전통문화로 그 민족의 가치관과 세계관을
           보여준다. 식물요소를 내포한 세시풍속을 현재의 산림치유와 접목하여 발전·계승 시킬 필요가 있다.                                                                                      소쇄원                                   소쇄원 입구


           1) 이선경(2010). 식물요소를 내포한 세시풍속의 산림치유적 프로그램 응용방안. 국민대학교대학원.                                                                                 2) 園冶(중국 명대 말기의 조원기술서).


                                                                                                                                                                                                               ECO HEALING    2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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