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2 - 에코힐링 2021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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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려니숲 무장애나눔길로 ‘혼저옵서예’

                                                                                                                                 사려니숲은 1993년 조성되어 사용되던 국유임도를 활용하여                 속 책장에 비치되어 있는 책을 꺼내 신선한 피톤치드를 마시며
                                                                                                                                 2009년 5월 17일 숲길로 개방했다. ‘사려니’는 ‘신성한 곳’이라는         독서를 즐길 수도 있다.
                                                                                                                                 뜻이다. 제주 숨은 비경 31곳 중 하나로 훼손되지 않은 청정 숲길            겹겹이 서 있는 삼나무들로 마치 태고의 신비 속에 들어온 듯한
                                                                                                                                 로 유명하며, 삼나무 숲이 전하는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낄 수 있              몽환적 풍경을 연출한다. 울창한 삼나무 가지가 만들어주는 그
                                                                                                                                 다. 울퉁불퉁 모가 났던 숲길이 모두가 쉬이 걸을 수 있는 무장애             늘, 한눈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곧게 뻗은 삼나무 수형은 하늘길

                                                                                                                                 나눔길로 재탄생했고, 자연 상태인 기존 탐방로보다는 거리가 짧               로 쭉 뻗어 있다. 또한 땅속에 깊숙이 뿌리 내리고 있는 삼나무는
                                                                                                                                 지만 누구나 함께 더불어 걸을 수 있게 됐다. 숲길 입구부터 하늘             초록빛 이끼 옷을 입고 시간의 흐름을 축적하고 있다. 30~40m
                                                                                                                                 로 곧게 뻗은 삼나무를 보고 있노라면 가던 걸음을 멈추게 되고,              가 족히 될 법한 삼나무 숲이 연출한 풍광에 탄성이 절로 나오고,
                                                                                                                                 평탄한 무장애나눔길 데크로드는 발걸음을 한층 가볍게 한다.                 숲의 푸르름과 신선함이 온몸을 감싸는 순간 잠시 눈을 감고 숨
                                                                                                                                 힘이 들면 쉬어 갈 수 있는 쉼팡(쉼터)도 있어 여유가 더해진다.             을 고른다.
                                                                                                                                 이곳 사려니숲 무장애나눔길은 탐방객들 모두가 편안하게 누리                  “공황장애를 겪고 있는데 사려니숲에서 기운을 얻고 갑니다.”

            데크로드 중간중간에 설치되어 있는 쉼팡(쉼터)                                                                                            는 숲길을 모토로 ‘소원담은길(소원나무)’·‘미로숲길(공연장)’·‘나눔           “차별 없는, 누구나 함께 하는 사려니숲을 응원합니다.”
                                                                                                                                 둘레길(숲속도서관)’ 등 3개의 나눔길 분산 코스가 조성되어 있다.             “무장애나눔길이 늘어나길 희망합니다.
                                                                                                                                 또한 교행참·교차로참 10개소가 조성되어 많은 탐방객들과 휠체                   다음에도 꼭 방문하겠습니다.”
           보행 약자층에 대한 배려가 곳곳에
                                                                                                                                 어·유모차가 서로 부딪히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늘 이곳에 와서 숨을 쉬고 살아갈 힘을 얻어갑니다.”
           제주도에는 다섯 군데의 무장애나눔길이 조성되어 있다. ‘절물                할 수 있다. 더불어 교행참 10개소, 인생샷을 남길 수 있는 포토
                                                                                                                                 무장애나눔길 끝에는 음악회 등 다양한 숲속 행사를 마련할 수                사려니숲을 방문했던 이들이 남긴 이야기이다. 이렇게 숲은 우리
           자연휴양림’(2016), ‘서귀포치유의숲’(2017), ‘서귀포자연휴양          존, 쉼터 등이 설치되어 있어 편의를 극대화했다.
                                                                                                                                 있는 사려니숲열린무대가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벤치에 앉아 숲               에게 또 하나의 안식처이자 치유의 공간으로 자리한다.
           림’(2018), ‘붉은오름자연휴양림’(2019)에 이어 2020년 6월에 이      특히 이곳 무장애나눔길은 보행 약자층을 위한 시설로 거듭나기
           곳 ‘사려니숲’에도 무장애나눔길이 만들어졌다.                        위해 조성 전부터 장애인 이용자를 대상으로 의견을 적극 청취했
           사려니숲은 연간 70만 명 이상이 방문하고 있었으나, 무장애나               으며 설계에 충실히 반영했다. 그 결과, 일정구간마다 난간은 물
                                                                                                                                    m i n i   IN T E R V IE W                        m i n i   IN T E R V IE W
           눔길 조성 전에는 휠체어 사용이 곤란해 장애인, 노약자에게는                론 보행참, 쉼터 등이 설치되었으며 휠체어 이용자의 편의성을
           접근성도 좋지 못하고 이용의 불편함이 있었다. 그런데 2020년              고려해 노폭을 1.7m로 넓혔고, 비탈길의 경사도 8% 이하로 유지
                                                                                                                                    무장애나눔길의 대표 모델 되기를 희망합니다                          세 아이와 함께 편안하게 숲을 산책했어요
           녹색자금으로 추진하는 무장애나눔길 조성사업 대상지로 선정                  하는 등 곳곳마다 세심한 손길을 더했다. 뿐만 아니라 음성·점자
                                                                                                                                    “사려니숲 무장애나눔길은 장애인, 비장애인이 자연과                     “세 아이와 함께 이곳을 산책할 수 있게 되어 너무 기쁩
           된 이후 실측, 설계, 자문 등의 과정을 거쳐 차별 없는 산림복지             안내판, 휠체어충전기 등도 설치되어 있어 장애인 이용객들의 권
                                                                                                                                    하나 되어 힐링할 수 있는 산림체험·치유의 공간입니다.”                  니다.” 힘들 것을 각오하고 유모차에 막내를 앉히고 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이곳 무장애나눔길은 사려니숲               익 향상도 꾀했다.
                                                                                                                                    양은영 주무관은 일반 탐방로였던 사려니숲에 무장애나                     아이와 숲길로 들어섰는데, 데크로드가 조성되어 있어
           북쪽의 명품 삼나무숲에 임지의 훼손 없이 총 길이 1.2.km, 노폭           한편, 산책로 곳곳의 안내판과 시설은 성별, 연령, 국적, 문화
                                                                                                                                    눔길을 조성하는데 열정을 기울여 이곳 숲의 가치를 한                    숲을 산책하는 내내 편안했다고 한다. “맑은 공기를 마
           1.7m의 목재 데크로드로 휠체어는 물론 유모차도 편리하게 이용              적 배경, 장애 유무에 상관없이 누구나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껏 높였다. “이곳이 향후 우리나라 곳곳에 조성될 무장                   시며 울창한 삼나무 숲길을 산책한 것, 너무 특별했어
                                                            ‘UD(Universal Design)’가 적용됐고,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
                                                                                                                                    애나눔길의 대표 모델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요.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증(Barrier Free)’을 적용했다. 이곳을 찾는 모든 이들이 작은 불

                                                            편도 느끼지 않도록 마음을 다했다.
                                                            이와 같은 노력 덕분에 사려니숲 무장애나눔길은 장애인을 비롯
                                                            해 고령자, 영유아 동반가족 등 관광 취약계층이 이동의 제약없
                                                            이 편리하고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는 곳으로 평가받아 2020년
                                                            5월 11일에 ‘예비 열린관광지’(문화관광부, 한국관광공사 주관)에
                                                            선정되기도 했다. 예비 열린관광지란 국민의 관광향유권을 보장                                       양은영                                              방문객 이수진 씨
            삼나무 숲 사이로 조성된 무장애나눔길                                                                                                    서귀포시 산림휴양관리소 주무관                                 서울시 관악구
                                                            하는 곳을 말한다.


                                                                                                                                                                                                               ECO HEALING    52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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