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0 - 에코힐링 2021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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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졌어요. 빨리 루돌프가 사 눈을 밟으며 걸었어요. 아쉽게도 눈이 아주 많이
는 숲에 가고 싶었어요. 내리지 않아 눈싸움을 하거나 눈사람을 만들 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숲을 향했어요. 연못을 지 는 없었어요.
날 때 보니 물이 꽁꽁 얼었어요. 연꽃도 보이지 “루돌프를 만나려면 더 깊은 숲으로 가야겠지?”
않고 줄기만 갈색으로 변해서 서 있었지요. 그런 아빠가 앞에서 성큼성큼 걸어가서 남우도 뛰어갔
데 물속을 들여다보았더니 고기들이 가만히 있었 어요. 숲속으로 들어가자 소나무가 보였어요. 소
어요. 고기들도 추운 걸 싫어해서 헤엄을 치지 않 나무 잎 위에는 하얀 눈이 쌓여 보기가 좋았어
나 봐요. 요. 그런데 잎이 없는 나무에 파란 잎들이 공처럼
“물이 꽁꽁 얼어서 새들이 물도 못 먹겠다.” 둥글게 자라고 있었어요. 이상했어요. 낙엽이 떨
다현이가 새들이 목마를까 봐 걱정을 했어요. 어진 나무에 초록색 잎이라니.
숲에서 자라는 나무들이 가지만 들고 서 있었어 “엄마, 저길 보세요. 나뭇잎이 안 떨어졌어요.”
요. 가을에 낙엽이 떨어져 앙상한 가지만 들고 있 “그렇구나. 저건 겨우살이라는 풀이야. 참나무나
는 거지요. 눈이 내려 낙엽을 덮었어요. 밤을 주 팽나무 같은 나무에 붙어사는데 기생식물이라고
웠던 나무에는 다람쥐가 보이지 않았어요. 한단다. 나무에서 영양분을 빨아먹고 살지.”
“아빠, 겨울에 다람쥐는 어떻게 살아요?” “그럼 나쁜 나무구나.”
“다람쥐는 겨울잠을 잔단다. 다람쥐뿐만 아니라 “아니야, 살아가는 방법이 다른 것뿐이야. 사람들
곰이나 개구리, 뱀 같은 동물들도 추운 겨울에는 도 다 다른 방법으로 돈을 벌잖아. 음식도 옷도
굴속이나 땅속에서 잠을 자고 봄이 오면 깨어난 좋아하는 게 다른 것처럼. 나무도 마찬가지지.”
“엄마, 루돌프는 어디 있어요? 겨울에는 숲에 동 그때, 숲에서 노랫소리가 들려왔어요. 작은 새들
단다.” 엄마는 좋은 것과 나쁜 것으로 구분하는 건 곤
물이 안 살아요? 모두들 잠자러 갔어요?” 이 맑은 소리로 울었어요.
“와 잠을 너무 오래 잔다. 좋겠다.” 란하다고 말해줬어요.
다현이가 엄마 손을 잡아당기며 물었어요. 다현 “야, 예쁘게 노래하네.”
다현이가 부럽다는 표정으로 말했어요. 다현이는 “엄마, 이 나무를 봐요. 소나무에 붙어서 자라고
이는 나무들보다 동물이 더 좋았거든요. 다현이가 좋아서 소리가 나는 곳을 보았어요. 작
잠꾸러기니까요. 있어요.”
“겨울 숲에도 동물이 있지. 새들이 살고 있고, 겨 은 새들이 나무에 앉아 작은 열매를 쪼아 먹고
“그렇구나. 담쟁이가 소나무에 붙어서 자라고 있
울잠을 자지 않는 사슴, 노루, 멧돼지는 부지런히 있었어요. 자세히 보니 숲에는 작은 열매들이 여
네. 이런 식물을 덩굴식물이라고 하는 거야. 나팔
먹이를 찾아 돌아다니지.” 기저기 달려 있어요. 숲은 새들에게 먹이를 주는
꽃이나 호박, 수세미처럼 큰 나무를 감고 올라가
“곤충은 나무줄기나 낙엽에 알을 낳아서 겨울을 보물창고라는 걸 알았지요.
서 자라는 식물이지.”
넘기기도 해.” “아빠, 루돌프랑 산타할아버지는 어디 있냐고요?”
“덩굴식물이 감아버리면 답답하겠다.”
아빠가 말해주었어요. 남우가 큰 소리로 물었어요.
“그래서 덩굴식물이 감고 있는 나무는 잘 자라지
“눈이 내리면 먹이를 찾기가 어렵겠다.” “남우야, 루돌프랑 산타할아버지는 이 숲에선 만
못하곤 해.”
다현이가 딱하다는 표정으로 말했어요. 날 수 없나 보네. 오늘 일찍 자면 산타할아버지가
엄마는 남우에게 덩굴식물에는 여러 종류가 있
“그래서 새들에게는 먹이주기를 하는 거야. 눈 선물을 주실 거야. 그러니까 너무 실망하지 마.”
다는 걸 알려주었어요.
이 많이 오는 나라에서는 동물들을 보호하기 엄마가 남우의 눈을 들여다보며 말했어요.
위해 마른 풀이나 호박, 고구마 같은 걸 뿌려주 “우리 돌아가는 길에 논에서 썰매를 타자. 아빠
기도 해.” 가 썰매를 가지고 왔지롱.”
아빠나 엄마는 남우와 다현이에게 동물과 식물 아빠가 활짝 웃으며 말했어요.
에 대해 이야기 하느라 신이 났어요. 실망했던 남우의 마음이 풀렸어요. 남우는 실컷
“아빠, 그런데 루돌프는 어디 있어요? 산타할아 썰매를 탔어요. 썰매를 타느라 논이 떠들썩한 썰
버지도.” 매장이 되었지요. 춥다고 밖에 잘 나가지 않으려
남우는 심통이 났어요. 아무리 둘러보아도 사슴 고 했던 남우는 다현이보다 더 많이 썰매를 탔어
도 산타할아버지도 보이지 않았어요. 요. 하나도 춥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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