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5 - 에코힐링 35호(2022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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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식물 돋보기





 자귀나무  타난다. 이렇게 잎이 포개지는 모양을 두고 부부의   배롱나무
 Albizia julibrissin  금실을 상징한다며 ‘야합수(夜合樹)’, ‘합환수(合歡  Lagerstroemia indica

 6월에서 7월 사이 공작새 깃털마냥 분홍색 꽃이   樹)’, ‘합혼수(合婚樹)’ 혹은 ‘황혼나무’라고도 부른  작열하는 햇볕에 기죽지 않고 도리어 진분홍색 꽃
 핀다. 깃털 모양이 독특해 꽃인가 살펴보면 꽃잎이   다. 예부터 신혼부부의 창가에 이 나무를 심어 부  을 피워 여름내 색 잔치를 벌인다. 7월에 개화해 9
 아니라 25개의 수술이 실처럼 길게 뻗어 있다. 독  부 금실이 좋기를 기원하곤 했다고 전해진다.   월까지 피고 지고를 반복한다. 따뜻한 기후를 좋
 특한 모양이 아니더라도 자귀나무 꽃은 한번쯤 자  아해 아름드리 군락은 남쪽 지방에 많다. 배롱나
 세히 들여다볼 만하다. 꽃 아래쪽에 녹색의 꽃받침  자귀나무는 향기롭기까지 하다. 여름 숲길 어디선  무 꽃이 피면 붉은 꽃의 장관은 8월 말까지 이어

 이 감싸고 실처럼 갈라진 수술들이 서 있다. 멀리  가 풍겨오는 향긋한 향기를 쫓아가 보면 자귀나문   진다. 한 번 핀 꽃이 한 달 이상 그 모습을 유지하
 서 보면 꽃처럼 보이던 부분이 바로 수술이다.   군락이 등장하기도 한다. 옛날 현명한 아내는 자  는 것이 아니라 한 나무에서 세 번 꽃이 피고 지기
 귀나무 꽃을 따다 말려, 베개 밑에 넣어 가족들이   를 반복한다. 워낙 오래 꽃이 피어서 배롱나무꽃
 자귀나무는 잎도 인상적이다. 자귀나무의 잎은 밤  꽃향기를 맡으며 편히 잠들게 했고, 남편의 술잔  을 ‘목백일홍(木百日紅)’이라고 부른다. (국화과 한
 에 작은 잎들이 서로 겹쳐지는 수면운동(睡眠運動  에 띄워 하루의 피로를 풀어주었다는 이야기도 전  해살이풀인 백일홍과 구분하여 목(木)을 붙여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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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yctinasty)을 한다. 좌우가 서로 마주 보며 겹치  해진다. 실제로 한방에서는 자귀나무가 뭉친 곳을   렀다.)
 1          능소화
 는 것이 아니라 앞쪽의 잎을 향해 ‘앞으로 나란히’   풀어주고, 기와 피를 고르게 하여 정신을 편안하  4
 2         자귀나무
 하듯이 비스듬히 겹치는 방식이다. 밤에만 일어나  게 해준다고 한다.   3, 4    배롱나무  배롱나무는 회화나무와 함께 잎이 늦게 나는 나무
 는 현상이 아니라 외부 자극에도 같은 반응이 나  다. 다른 나무들이 싹을 틔운 잎을 연둣빛에서 초
            록으로 바꿀 때 그제서야 작고 빳빳한 잎을 틔우
            기 시작하는 게 배롱나무다. 잎이 늦게 나는 까닭
            에 봄에는 매끄러운 수피가 더욱 눈에 띄는데 일
            본에서는 원숭이도 미끄러질 나무라고 할 정도다.
            가끔은 살아있는 나무보다는 가공된 원목이라 여
            기는 이들도 있다.



            배롱나무는 여러 송이가 함께 흐드러지게 피어
            ‘단심’ 또는 ‘한마음’을 표현한다고도 한다. 실제로
            성삼문을 비롯한 사육신의 무덤가에 단종을 향한
            일편단심의 의미로 배롱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붉
            은 꽃이 지고 달리는 여섯 개의 삭과 열매가 여섯
            명의 사육신의 여섯이란다. (서울 노량진의 사육
            신 묘에 있는 배롱나무는 흰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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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CO HEALING  2022 SUMMER  VOL_35                                                                      44ㅣ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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