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1 - (37호) 에코힐링 겨울호_단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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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갔어요. 밤에 돌아다니는 너구리에게 알                   팽이었어요.
                            을 빼앗긴 오목눈이 엄마도 생각도 나고, 담                  “팽! 팽! 죽지 마. 일어나.”
                            비에게 목숨을 잃었던 다람쥐 할아버지도 생                   치치가 불러도 팽은 꼼짝도 하지 않고 누워

                            각났어요.                                     만 있었어요. 갑자기 치치의 눈에 눈물이 고
                            ‘혹시 팽도 누군가에게 공격을 당한 걸까? 숲                 였어요.
                            의 누구보다 귀도 밝고 달리기도 잘 하는 팽                  “걱정하지 마. 네 친구는 죽은 게 아니라 겨울

                            이 그럴 리가 없어. 아닐 거야.’                       잠을 자는 거야. 너와 나처럼 털옷을 갈아입
                            치치가 팽을 찾아 숲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사                  고 겨울을 나는 동물도 있고, 뱀이나 개구리
                            이, 하늘에서 첫눈이 날리기 시작했어요. 그                  또 다람쥐처럼 잠을 자면서 겨울을 나는 숲
                            사이 비처럼 날리던 눈은 함박눈이 되어 펑펑                  동물들도 있단다. 따뜻한 봄이 오면 깨어날

                            내리기 시작하고 금방 온 숲을 하얗게 뒤덮었                  거야.”
                            어요. 눈이 계속 쌓여 발자국도 다 지워진 길                 갑자기 날씨가 추워져서 인사도 없이 겨울잠

                            을 치치는 팽 이름을 부르며 걷고 또 걸었어                  에 빠져버린 친구 팽에게 서운했지만 팽이 무
                            요. 지친 치치가 나무 밑에 서 있을 때 가지에                사하다는 까치 아저씨 말을 듣자 치치는 마음
                            쌓여 있던 눈이 머리 위로 쏟아져 내렸어요.                  이 놓였어요.
                            위를 올려다보니 치치는 어느새 자작나무 숲                   “잘 자. 팽, 내년 봄에 다시 만나자.”

                            에 둘러 쌓여 있었어요. 어제 팽과 함께 가보                 치치는 주변에 낙엽을 끌어 모아 팽에게 낙엽
                            기로 한 바로 그 숲이었어요.                          이불을 덮어줬어요.
                            그때 어딘가에서 익숙한 냄새가 나서 따라 가                  내년 봄이면 치치와 팽도 부쩍 자라있을 거

                            보니 자작나무 그루터기 밑에 작은 구덩이가                   예요.
                            있고, 구덩이에 누군가 누워 있었어요.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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