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0 - (37호) 에코힐링 겨울호_단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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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 동화
기 틈 사이에 다시 넣어 두었어요. 가닥 더 나고, 몸에 난 털도 더 빽빽해졌어요.
할머니와 아이가 지나가고 나무 아래로 내려 다음날 아침은 전날보다 훨씬 쌀쌀해졌지만
가려는데 팽이 소리쳤어요. 치치는 새로 난 털 덕분에 춥지 않았어요. 멋
“치치, 저기 계곡 너머를 봐.” 지게 자란 털을 팽 앞에서 자랑할 생각에 치
갈색에 거무튀튀하고 울퉁불퉁한 나무들 틈 치는 아침 일찍 서둘러 나무에서 내려와 길을
에 몸통까지 온통 하얀 자작나무가 햇빛을 받 나섰어요. 치치는 팽이 사는 계곡 건너 갈참
아 은가루가 날리는 것처럼 반짝거렸어요. 하 나무 아래 굴까지 한달음에 뛰어갔어요.
늘까지 곧게 솟은 자작나무 숲 사이로 바람이 그런데 팽의 집 앞에 도착하니 뭔가 분위기가
지나가는 소리를 들으며 둘은 한참동안 서 있 평소와 달랐어요. 낙엽으로 잘 덮여 있던 굴
었어요. 입구는 아무렇게나 파헤쳐져 있고, 굴 앞에
“우리 내일은 꼭 저 숲에 가 보자.” 서서 한참동안 이름을 불러도 팽은 대답이 없
치치와 팽은 약속을 하고 각자 집으로 돌아갔 었어요. 지나가는 직박구리, 산비둘기에게도
어요.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나무들은 벌써 잎 물어봤지만 팽 소식을 아는 이는 아무도 없
을 다 떨어뜨려 앙상해졌고, 계곡 가장자리 었어요. 낙담한 치치가 고양이 쉼터를 지나갈
바위는 낙엽들이 쌓여 이불로 변했어요. 토끼 때였어요.
는 치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쏜살같이 굴속 “어제 담비가 굴을 파헤치는 걸 봤어. 하지만
으로 사라졌어요. 팽은 못 봤어.”
그날 밤 자는 내내 온몸이 간질간질하더니 다 물을 마시던 길고양이 할머니가 말했어요.
음날 일어나보니 치치의 귀 옆으로 털이 몇 갑자기 치치의 머릿속에 나쁜 생각들이 휙휙
ECO HEALING 2022 WINTER VOL_37 30ㅣ